신앙의 뜨거움을 회복하다: 엠마오 길에서 만난 예수님
누가복음 24:13-35을 중심으로

처음의 그 뜨거움, 기억하시나요?
여러분,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 뜨거움을 기억하시나요? 수련회 마지막 밤 촛불을 들고 부르던 찬양, 새벽기도에서 흘리던 뜨거운 눈물, 성경을 읽다가 마음을 울렸던 그 말씀 한 구절... 그때는 세상 두려울 것 없이 "주님, 제 인생 다 드릴게요!"라고 고백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뜨거움이 서서히 식어가는 경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예배는 드리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고, 기도는 하지만 형식적으로 느껴지고, 말씀을 읽고 싶어도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나만의 것은 아닙니다. 성경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입니다.
엠마오로 내려가는 길: 우리의 모습
"그 날에 그들 중 둘이 예루살렘에서 이십오 리 되는 엠마오라 하는 마을로 가면서..." (눅 24:13)
중국 전설에 '낭(狼)'과 '패(狽)'라는 두 동물이 있습니다. 낭은 앞다리가 짧고 패는 뒷다리가 짧아서 둘이 함께해야만 제대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둘이 떨어지면? 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낭패' 상황이 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두 제자는 바로 이런 '낭패'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들이 모든 희망을 걸었던 메시아가 죽으셨고, 그들의 꿈과 소망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는 이분이 이스라엘을 구속할 자라고 바랐노라" (눅 24:21)
이 '바랐노라'라는 과거형 표현에서 그들의 희망이 이미 사라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루살렘(높은 곳)에서 엠마오(낮은 곳)로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영적 하향 여정이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비슷한 '엠마오 길'을 걷고 있지 않나요?
- 기도해도 응답받지 못한 것 같을 때
- 취업 준비가 계속 실패로 돌아갈 때
- SNS에서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삶과 나를 비교하며
- 상대주의와 과학주의가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신앙의 가치가 흔들릴 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걷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회복 방법: 동행과 말씀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제자들이 하나님을 떠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부활하신 예수님이 먼저 그들을 찾아오셨습니다.
"예수께서 가까이 이르러 그들과 동행하시나 그들의 눈이 가리워져 그인 줄 알아보지 못하더라" (눅 24:15-16)
예수님은 어떻게 그들을 회복시키셨을까요?
- 함께 걸으셨습니다 - 강제로 방향을 바꾸게 하지 않으시고,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셨습니다.
-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 먼저 그들의 아픔과 실망을 표현하게 하셨습니다.
- 말씀으로 가르치셨습니다 -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설명하시니라" (눅 24:27)
흥미로운 점은 예수님이 바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단순히 "나 예수야!"라고 말씀하셨다면, 그들은 놀라고 기뻐했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신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마치 부모님의 사랑을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깨닫는 것이 다른 것처럼, 예수님은 그들이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떡을 떼는 순간: 눈이 열리다
말씀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준비시키신 후,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들과 함께 음식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시니 그들의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눅 24:30-31)
이 순간, 그들의 영적 눈이 열리고 예수님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곧 이어 중요한 고백이 나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을 풀어주실 때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눅 24:32)
그들은 예수님을 알아보기 전에도 이미 마음이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말씀을 들을 때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때로는 우리도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지만, 그분은 이미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계십니다.
신앙의 회복은 단순한 감정적 고양이나 일시적인 위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인격적 변화로,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회복입니다. 엠마오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본 후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밤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다른 제자들과 이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오늘날의 엠마오 길에서: 실천적 회복 방법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신앙의 뜨거움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실천적인 방법을 나눕니다:
- 자기 전 핸드폰 대신 5분만 말씀 읽기
- 엠마오 제자들은 말씀을 들을 때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 일상 속 짧은 묵상 시간 갖기
- 출퇴근길, 점심시간 등 짧은 순간에도 말씀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 믿음의 친구와 경험 나누기
- 신앙은 공동체 안에서 더욱 풍성해집니다.
- 디지털 디톡스 시간 갖기
- 하루 30분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고요함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보세요.
- 일상에서 하나님의 임재 인식하기
- "주님, 지금 이 순간에도 저와 함께 계시네요"라고 자주 고백해보세요.
나의 엠마오 경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자면, 대학교 1학년 때 저도 '엠마오 길'을 걸었습니다. 1학년 때는 큰 꿈을 품고 신학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교회에서 배웠던 내용과는 다른 비평적 학문의 길은 교회가 가르쳤던 성경의 말씀들을 거짓과 위선으로 의심하게 만들었으며 성경은 책상 한쪽에 밀려만 갔고, 기도는 형식적인 몇 마디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펼친 성경에서 이사야 43:1-2 말씀이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이제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잊지 않으셨고, 제가 엠마오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계속 저와 함께 걸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말씀을 읽기 시작했고, 점차 신앙의 뜨거움이 회복되었습니다.
마치며: 당신의 엠마오 길에서
여러분도 지금 각자의 엠마오 길을 걷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떤 분은 실망과 좌절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이미 말씀을 통해 마음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예수님이 이미 여러분과 함께 걷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분은 변함없이 여러분 곁에 계십니다.
오늘 작은 결단을 통해 신앙의 뜨거움을 회복하는 여정을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도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이 글은 누가복음 24:13-35 말씀을 바탕으로 한 설교 '뜨거움을 회복하다'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신앙 여정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여러분의 '엠마오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서로의 이야기가 또 다른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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