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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에세이/왜 기독교는 힘을 잃었는가?

세속의 유혹에 저항하는 법

9. 세속의 유혹에 저항하는 법

 

앞서 살펴본 대안적 공동체들처럼, 우리도 세속화의 물결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이 거센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복음의 본질을 붙잡고, 세속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을까?

 

첫째, 성공에 대한 정의를 재고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신앙공동체는 성공과 부, 축복의 의미를 새롭게 묻고 정의해야 할 시대에 있다. 세상은 성공을 숫자, 규모, 영향력, 인지도로 측정한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성공 기준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수님은 "누구든지 너희 중에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20:26)라고 말씀하셨다. 진짜 성공이란, 얼마나 큰 결과나 많은 소유를 이루었는가보다 내 삶이 얼마나 사랑과 섬김, 하나님께 대한 신실함을 보여주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위한 시도가 한국 교회 내에서도 일부 시작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제안한 '한국교회신뢰지표'는 단순한 성장 지표 대신 섬김의 실천 항목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표가 모든 교회에 적용되거나 실제 교회 현장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통계에서 한국교회의 91.4%가 사회 약자 섬김 등에 참여하고 있다는 수치가 있지만, 이는 형식적 참여를 포함한 것으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섬김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훨씬 적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들이 성공의 기준을 재정의하려는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시도들이 더 많은 교회로 확산되어 진정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여기서 더 깊은 질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와 축복은 무엇인가?' 성경 속의 부와 성공은 때로는 하나님의 선물이자 사명의 도구, 때로는 유혹이고 책임의 시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교회는 부와 성공, 축복을 종종 거대한 성장이나 외적 풍요에 매몰시켜 왔고, 이 복잡한 질문을 주로 목회자나 소수 리더에게만 맡겨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목회자만이 이러한 정의와 해석을 전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많은 목회자는 신학교, 그리고 교회라는 울타리에서 배우고 섬기다보니 성도의 실제 삶과 사회 현장의 복합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이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진짜 성공이란 무엇인가?', '나는 부와 축복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나누고 있는가?', '우리 교회, 우리 공동체는 세상의 기준인지, 복음의 본질을 따라가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목회자뿐 아니라 교회 구성원 전체, 그리고 가정·소그룹·일상·공동체 현장 모두의 질문이 될 때 비로소 신앙 안에서 참된 성공과 축복, 부의 변주가 시작될 것이다.

 

세대 간 대화도 중요하다. 50-60대 신앙인들이 경험한 성공과 축복의 의미와 20-30대가 고민하는 성공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한국교회의 사회적책임 포럼'과 같은 장에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모여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성공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출석 인원이나 헌금액으로 성공을 가늠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섬겼는가?', '우리 구성원들이 얼마나 예수님을 닮아가고 있는가?', '우리가 지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묻습니다." 이런 새로운 정의를 나누고 실천하는 과감한 교회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의 신호이다.

 

둘째, 깊이 있는 영적 훈련을 회복해야 한다.

 

세속화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에서 나온다. 기도, 말씀 묵상, 금식, 침묵과 고독의 시간은 우리의 영적 뿌리를 깊게 하고, 세속적 가치관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토머스 머튼(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수도자이자 기독교 영성 작가로, 묵상과 사회비판적 신앙실천을 연결한 사상가로 유명하다) "행동은 묵상에서 흘러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묵상'은 단순한 명상이나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는 깊은 내면의 기도와 성찰, 곧 하나님과의 진정한 교제를 의미한다. 하나님과의 이런 진정한 교제 없이, 우리의 사역과 활동이 세속적 가치에 쉽게 오염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예수님도 중요한 결정과 사역을 앞두고 밤새 기도하거나( 6:12), 한적한 곳에서 머물며( 1:35) 하나님과의 교제를 소중히 여기셨다.

 

대구지역의 직장인 성경공부 모임들이나 여러 교회의 새벽기도회와 같은 실천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 시간이 우리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세상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의 관점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요"라는 한 직장인의 고백은 깊이 있는 영적 훈련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셋째, 비판적 사고를 발전시켜야 한다.

 

세속화는 종종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라는 논리로 포장된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의 교육과 문화가 과연 건강했는지 되물어보아야 한다. 한국 교회는 오랜 기간 교조주의적 신앙교육, 즉 목회자나 지도자의 말을 '하나님의 뜻'처럼 여기는 분위기, 질문이나 비판, 사회 현실과의 접점을 고민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경향이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의 결정이나 설교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시대적 요구와 맞는지 깊이 질문하거나 점검하지 않고 신앙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비판 없는 순종의 문화가 오히려 효율주의와 성장지상주의, 권위주의, 숫자·결과·외형 중심의 세속화를 더 쉽게 교회 안에 들여오게 만들었다.

 

최근 '크리스천HOW'와 같은 온라인 신앙 플랫폼은 교회와 신앙에 대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중심으로 대화와 토론을 진행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교회에서 잘 말하지 않는 청년들의 질문"을 공개적으로 받고,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이러한 노력은 청어람ARMC와 같은 단체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질문하는 신앙이 왜 중요한가?"라는 주제를 통해, 신앙 공동체가 질문과 토론, 자기 성찰을 통해 더 건강해질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인천 지역에서는 교회 위기대응, 신앙적 이슈 등을 주제로 한 자유포럼·토론 행사 등이 개최되어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아직 개별 교회 내에서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질문하고 토론하는 신앙문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복음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정말 이 길이 하나님 뜻에 합당한가?", "이 결정이 사랑과 정의, 진실로 이어지는가?" 진정한 신앙은 순종뿐 아니라, 스스로 묻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점검하며, 복음의 관점에서 위치와 선택을 되돌아볼 때 더욱 건강해진다.

 

이제는 복음의 본질, 우리 교회의 모든 결정, 나 자신이 살아가는 신앙의 자리마다 '이 결정과 행동이 정말로 하나님 나라의 기준에 맞는가?', '세상과 복음, 현실과 진리가 실제로 어디서 부딪히고 있는가?' 깊이 질문할 수 있는 비판적 신앙, 분별력 있는 공동체가 절실하다.

 

사도 바울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12:2)라고 권면했다. 우리 교회와 사역이 단순히 '성장과 효율' 위주인지, 아니면 복음적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점검해야 할 때이다.

 

넷째, 책임 있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공동체, 그 중에서도 소그룹의 가치와 본질에 대해 새롭게 주목하게 되었다. 수많은 교회와 연구들이, 소그룹이 살아 있는 교회일수록 위기 속에서도 신앙과 관계, 교회의 생명력이 지속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영성이 참되게 성장하지 못한다면, 소그룹조차 쉽게 인간 중심의 집단주의와 교만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 위기를 거치며 영적 깊이를 잃은 소그룹이 단순한 인정과 위로, 결속만을 추구하다가 하나님의 위로라는 이름으로 자기 확증, 교만한 영성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리 공동체는 서로를 위로하며 든든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복음에 기초한 자기 성찰과 도전, 변화를 향한 책임 있는 영적 여정이 없다면 그 집단은 쉽게 영적 깊이를 잃고 말 것이다.

 

그래서 책임 있는 공동체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책임 있는 공동체는 서로를 도와주고 위로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신앙의 본질복음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진실로 변화되기를 도전하며,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때로는 경계하며 깊이 있는 영적 여정에 함께 집중하는 곳이다.

 

일부 청년 공동체에서는 단순한 성경공부나 교제를 넘어, 서로의 영적 성장에 책임을 지는 관계를 맺는 '언약 그룹' 같은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특히 진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청년들 사이에서 대안적 신앙 공동체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동체의 리더라면 소모임 운영이나 관리, 형식적인 진행에 머무르지 말고 자기 자신부터 복음 앞에 진실하게 서서 하나님의 말씀과 공동체 영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라나야 한다. 리더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단이나 조직의 형식적 과정을 넘어서 진정성 있는 영적 훈련, 복음적 가치와 자기 성찰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소그룹이 '영성 없는 집단'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리더 한 사람의 진실함과 책임, 공동체 내의 건강한 격려와 도전은 교회의 신앙적 깊이와 가치, 공동체의 본질을 지키는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오늘 우리 공동체와 소그룹, 그리고 나는 복음 앞에서 변화와 성숙을 추구하고 있는가? 인정과 위로만 추구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진실한 도전과 책임을 함께 나누고 있는가? 나는, 우리 리더는, 하나님의 뜻에 진실하게 응답하며 자라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곁을 지키는 연대가 책임 있는 교회, 세속화에 저항하는 교회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예언자적 상상력야성적 신앙을 키워야 한다.

 

세속화는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우리에게 반복해서 속삭인다. 그러나 복음은,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진짜 신앙은, 한계를 뛰어넘어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하는 상상력과 야성을 요구한다.

 

예언자적 상상력은 체념이나 소극적 신앙이 아니라 현실과 주류 질서에 맞서 싸우고,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야성적 믿음**이다. 다니엘이 창을 닫지 않고 세상 권력 앞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한 신앙의 용기( 6), 가데스바네아 광야에서 모든 두려움의 목소리를 거슬러 "우리는 올라가 그 땅을 반드시 취하리라"( 13-14) 고백한 여호수아와 갈렙의 담대함, 아브라함이 세상의 이해와 자기 안전을 초월해 하나님의 약속 하나만을 붙잡고 가나안으로 떠났던 모험의 결정( 12), 바로 이런 것이 세속화에 저항하는 진짜 믿음의 행동이다.

 

강원도의 한 작은 교회는 지역 내 폐광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희망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교인 수가 50명도 되지 않는 작은 교회였지만, 이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이 지역에 새로운 일을 하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식품 가공,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현재 2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습니다"라고 목사는 말한다. 이 교회의 도전은 단순한 사회봉사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예언자적 상상력의 실천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늘 묻는다. '지금 너는 창을 열고 기도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새로운 땅 가나안을 향해, 현실을 뛰어넘는 고백과 발걸음을 내딛을 용기가 있는가?'

 

예언자적 상상력은 지금 우리에게 우리의 사역, 예산, 모임, 공간, 섬김의 방식에서 "정말 복음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지금 여기서 우리가 상상하고 모험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불가능을 향해 도전과 고백, 실천의 한 발을 내딛게 만든다.

 

세대 간 협력도 이러한 예언자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 젊은 세대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성세대의 지혜와 경험이 만날 때, 더 풍성한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서울의 한 교회는 '세대 연결 프로젝트'를 통해 20대와 60대 이상 성도들이 함께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행한다. "젊은이들의 기술적 지식과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가 만나면 놀라운 시너지가 일어납니다"라고 프로젝트 담당자는 말한다.

 

이 다섯 가지 모두가 우리가 붙잡아야 할 복음적 길이다. 이 길은 오로지 설교자나 지도자만이 걷는 길이 아니라, 야곱의 사다리처럼 모든 평신도와 성도, 작은 소모임과 가정의 거실, 일터와 시장 한복판에서 함께 묻고, 함께 걸어야 할 신앙의 길이다.

 

누군가의 거대한 결단이 아니어도, 지금, 내 자리에서 가장 먼저 시도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선택해 보라. 공동체 안에서 함께 나누고 도전하며 걸어갈 때,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도 복음의 생명력은 분명히 살아날 것이다.